![](http://www.piersidegallery.com/artists/kinkade/tk2y2-03b-lilatcottage.jpg)
주차장에 트럭을 세워놓고, 이 씨가
트럭 옆에서
라면을 끓였다. 남편은 다른 사람이 끓인 라면을 먹지
못한다. 신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 특유의 입맛
때문이다.
라면으로 허기를 달랜 부부가 다시 트럭을 몬다.
새벽 2시쯤 경부고속도로 칠곡 휴게소에 도착했다.
![](http://www.piersidegallery.com/artists/kinkade/tk2y2-05b-almostheaven.jpg)
휴게소 한쪽에 차를 주차시킨 뒤 남편이 운전석
뒤편 남은 공간에 전기장판을 깔고 눕는다.
아내는 운전석에
나무합판을 깐 뒤 잠을 청한다.
뒤쪽 공간이 조금 더 따뜻하고 편하긴 하지만
한 사람이 누워도 몸을 뒤척일 수 없을 만큼
좁다.
![](http://www.piersidegallery.com/artists/kinkade/tk2y2-04b-villagelighthouse.jpg)
“이렇게라도 함께 잘 수 있어
좋습니다.
꼭 신혼 단칸방 같지 않나요?”
남편 심 씨가 애써 웃는다. 새벽 4시, 캄캄한 어둠
속에 트럭이 다시 출발했다.
새벽 6시 전에 톨게이트를 통과해야만 통행료 50%를
할인받을 수 있다.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에서
구마고속도로로
바뀐다.
![](http://www.piersidegallery.com/artists/kinkade/tk2002-capehatteraslight-b.jpg)
심 씨 부부가 이틀 동안 10여 차례
고속도로를 바꿔 타며
돌아다닌 거리는 1200여㎞. 한 달 수입은 기름 값, 통행료
제외하고 350만 원 정도다. 일감이 없는 날도
많다.
트럭 할부금으로 매달 180만원, 심 씨 약값으로 50만원이
들어간다. 정부에서 6개월마다 기름 값 보조금 명목으로
150만원이 나오지만 남은 돈으로 생활하기에는 빠듯하다.
![](http://www.piersidegallery.com/artists/kinkade/tk-orig-thevillageinn.jpg)
“그래도 약값이라도 나오니 다행이지요. 남편
몸이 조금
나아져 같이 다닐 수 있는 게 행복이라면 행복이고요.”
가속 페달을 밟는 이 씨의 표정이 밝다.
부부는
구마고속도로 김해 진례 톨게이트를 빠져나와
길가에서 1시간 정도 쉰 다음 톨게이트 화장실에서
세수를 했다.
![](http://www.piersidegallery.com/artists/kinkade/tk2y1-11b-beysumrgate.jpg)
김해공단에 이르자 남편이 다시
운전석에
앉았다. 짐을 부리고, 남해고속도로는 다시 아내 몫.
부산 녹산공단과 해운대에서 남편이 또 운전대를
잡았다.
옆자리로 옮겨 앉은 아내는 쉬지 못한다.
몸 아픈 남편에게 말도 붙이고 팔도 주물러준다.
![](http://www.piersidegallery.com/artists/kinkade/tk2y1-04b-goodshep.jpg)
녹산공단과 해운대 등을 돌아다니며 포장지,
전선 보호막,
철근 등을 내려주고 다시 서울로 향한다.
서울로 올라가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. 아침이 밝다.
“피곤해도
자동차 타고 여행 다니는 심정으로 일하지 뭐!
일 때문에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지는 거 아냐?”
남편과 아내가 손을 꼭
쥐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