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. 눈처럼 하얀 털장갑에 눈보다도 하얀 목도리를 두르고 그대는 소녀가 되고 나는 소년이 되어 순백의 골목을 지나 빨간 우체통이 편지를 기다리는 우체국 앞에서 그래,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. 그건 허공으로 퍼지는 신음 같은 말. 첫눈이 첫 사랑 처럼 내려도 우리는 만날 수 없음을 거리가 멀어서도 아니다. 더더욱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. 첫눈 내리면 약속보다 먼저 슬퍼질 우리들. 불현듯 생각해내야 할 한 마디. 우리는 건너지 못할 강가에 얼어붙은 채 서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륜스러운 그래서 슬픈 그대는 화단에 곱게 핀 한 송이 꽃 그리고 나는 쓰다듬어 줘야 할 꽃들이 많은 화부花父이기 때문이다. 첫눈이 내리면 서로의 육신을 빠져나간 영혼이 되어 보내지 못할 그리움의 편지 한 장 들고서 만나자는 그 약속, 첫사랑처럼 녹아내릴지라도 우리,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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