♣ 스위시 영상 ♣

** 느티나무 아래서 **

은하주 2008. 6. 15. 11:49

        느티나무 아래서/八峯 고향의 푸른 느티나무 그늘아래 시원한 돗자리 깔고서 팔다리 쭉 펴고 누워보는 꿈속에서 아른아른 추억이 부채질하는 바람에 산들산들 잎사귀는 흔들고 연한 햇살 한줄기가 눈시울 붉힌다. 내 할아버지가 낮잠 주무시는 옆에서 물끄러미 쳐다보시는 아버지, 흰 수염은 장단 맞춰 춤을 추는 평화로운 그 시절 아옹다옹하지 않아서 좋았다 고만 고만한 삶들이 오순도순 시커멓게 칠해진 부뚜막에서 붉은 아궁이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게 너무 좋았다 비오면 삽자루 하나 둘러메고 논물 보러 나가시는 할아버지 눈 내리는 날은 온 식구 둘러앉아 전을 펴던 호롱불 벗 삼아 새끼 꼬고 가마니 치던 아득한 그리움 그것이 까마득하게 멀어져간 세월인가 고향의 느티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 해마다 잎새 푸르고 단풍 붉은데, 한번 간 울 할배, 아배 그리운 그 모습 안개처럼 가물거리는 어느 꿈속에나 뵈올 런지 오늘도 느티나무는 그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푸른 잎사귀만 흔들며 하얀 그리움만 새록새록 부채질 하네

e301.swf
0.18MB
e238.swf
1.68MB