낙엽 길 위에서/조미영
저만치 가는 가을 아쉽지만
따라갈 수 없어
마음속에
낙엽을 긁어모아
우두커니 그 자리에 굳어 버린다
매년 오는 가을을
제대로 만져보지 못한 채
돌아서면
눈물지으며
앙상하게 말라가는 나뭇가지에
해마다 재회를 걸어둔다
이제는 보내야 할 때
붉은 낙엽 수분 다 빠져 바스락거리며
내 발 밑에 뒹굴지만
마음 속 겹겹이 쌓아 둔 그것들 있어
날마다 내 속엔 가지 않는 가을이 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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